지난 50여 년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과 혁신을 이어온 이수그룹이 예술을 통한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자 2020년 6월 예술공간 Space ISU를 오픈했습니다.
이수그룹의 문화예술 공간 ‘스페이스 이수’는 2024년 8월 23일부터 2025년 1월 3일까지 안규철의 개인전 «안규철의 질문들―지평선이 없는 풍경»을 개최한다. «안규철의 질문들―지평선이 없는 풍경»은 미술가 안규철이 지난 40년간 미술에서 품어온 질문들을 담은 신작을 소개하는 전시다. “작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작가는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대답해 온 안규철 작가는 “세상에 대해, 삶에 대해, 미술의 관습과 한계에 대해 질문함으로써 지금의 세상과 삶 그리고 미술의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바로 예술가의 일”이라고 말한다. 미술은 쓸모가 있는가? 미술은 이야기를 배제해야 하는가? 미술은 사회운동에 앞장서야 하는가? 재난과 위기의 시대에 서정적 미술은 무용한 것인가? 당대의 유효한 미술을 위해서 작가는 무엇을 잃었는가? 혁명은 어째서 실패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에서 비롯된 안규철의 작업은 미술과 작가로서의 자신을 끊임없이 반성적으로 재검토하고 재설정하려는 시도이다.
“예술가는 남이 가르쳐 주지 않는 일들의 방법을 찾는 데 자신의 삶을 탕진하는 사람이다. ‘어떻게’가 중요하고 ‘왜’는 질문하지 않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하지 않는 질문을 하는, 실패와 헛수고의 전문가이다.” ―안규철, 작가 노트에서 발췌.
이번 개인전의 부제인 ‘지평선이 없는 풍경’에서 ‘지평선이 없다’라는 말에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 지평선이란 하늘과 땅을 나누는 경계를 일컫는 말이지만 그 선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일 수도 있고, 혹은 지평선 너머의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일 수도 있다. 이는 안규철 작가가 지속해서 다뤄 온 주제인 실패와 공회전을 거듭하는 사회의 모습을 가리키며, 그 안에서 도달할 수 없는 이상적 유토피아를 찾아 헤매는 우리 자신을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는 사회와 미술에서 지속되어 온 고정된 사고나 관습에 대해 질문하는 설치, 조각, 회화, 텍스트 등의 신작으로 구성되어 관람자가 ‘지평선이 없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서 예술가가 던지는 질문들에 대해 저마다의 응답을 생각해 보도록 제안한다. 블랙홀처럼 우리를 끌어들이지만, 끊임없이 회전하여 결코 그 중심에는 도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인 ‹나선형의 벽›, 점 하나를 찍는 것으로 완성되는 미니멀리즘 대가의 작품을 모방하려는 처절한 시도인 ‹점 습작›, 자 없이 선을 긋는 여러 가지 방법을 고뇌하는 ‹선 습작›, 진정한 예술은 어디에 있는가를 찾고자 하는 이들을 안내하는 표지판인 ‹예술로 가는 길›, 페르난도 페소아(Fernando Pessoa, 1988-1935)나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 같은 작가들의 인용구를 여러 가지 외국어로 캔버스에 옮겨 적은 ‹외국어로 된 열두 개의 잠언›, 화이트 큐브에서 미술가들이 행해 온 전복적인 행위들의 목록을 금속판에 새긴 ‹24개의 도발›, 기울어진 바다 그림을 바로잡아 보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세 개의 수평선›, 상자마다 서로 맞지 않는 다른 상자의 열쇠가 담겨 있어 모든 상자를 열지 않고서는 전체를 파악할 수 없는 ‹일곱 개의 상자› 등 총 8점의 신작들은 지평선을 잃어버린 우리 시대의 풍경을 재구성한다.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우리가 만든 자의적인 필터를 통해 볼 수밖에 없고, 주어진 세계를 넘어서는 다른 세계에 대한 전망을 잃어버렸다, 새로운 출발은 이 절망적인 깨달음에서 시작된다. 지평선은 없다. 우리는 지평선을 다시 만들 것이다.” ―안규철, 작가 노트에서 발췌.
안규철의 작업은 우리 사회와 삶의 좌절과 실패를 통찰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담담히 마주하고 스스로 회의하고 부정하고 반성함으로써 대안적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독일 유학 시절 ‹무명작가를 위한 다섯 개의 질문›(1991)에서 ‘인생(Leben)’과 ‘예술(Kunst)’로 통하는 문들 사이에서 어디로도 들어가지 못한 채 죽은 나무를 심고 물을 주고 가꿔서 다시 자라길 바라던 안규철의 불가능한 시도는 지금도 계속된다. 소실점을 잃고 공회전과 부조리를 답습하는 현시대에 안규철 작가는 고정된 지평선을 뒤집고 유보하는 “엉뚱한 질문이나 실없는 농담”을 끊임없이 주고받음으로써 절망에 저항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여전히 그는 예술이 사회를 변화시킬 힘을 갖추기를 꿈꾸며, 매일의 일과인 글쓰기와 그리기를 통해 일상적 관찰들, 철학적 질문들, 발견한 잠언들에서 길어 올린 지혜를 우리와 나누고자 한다. «안규철의 질문들―지평선이 없는 풍경»전에서 작가가 건네는 질문들의 목록을 살펴보며 사회나 예술 같은 큰 담론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가깝게 와닿는 삶의 작은 이야기들에 대해서 또 다른 시각으로 되돌아볼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안규철(b.1955)은 일상적 사물과 공간에 내재된 삶의 이면을 드러내는 미술 작업과 글쓰기를 병행해 왔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했고, 중앙일보 『계간미술』에서 7년간 기자로 일했다. 1985년에 ‘현실과 발언’에 참여하면서 풍자적 미니어처 작업을 선보였고, 1987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 이듬해 독일로 이주, 슈투트가르트 국립미술학교에서 7년간 수학했다. 1997년부터 20여 년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92년 스페이스 샘터화랑 개인전 이후 «사물들의 사이»(아트스페이스서울/학고재, 1996), «사소한 사건»(아트선재미술관, 1999), «49개의 방»(삼성미술관 로댕갤러리, 2004), «무지개를 그리는 법»(갤러리 스케이프, 2013),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하이트컬렉션, 2014),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국립현대미술관, 2015), «당신만을 위한 말»(국제갤러리, 2017), «사물의 뒷모습»(국제갤러리 부산점, 2021) 등 10여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국내외 기획전에 참가했다. 저서로 『그림 없는 미술관』(열화당, 1996), 『그 남자의 가방』(현대문학, 2001), 『아홉 마리 금붕어와 먼 곳의 물』(현대문학, 2013), 『사물의 뒷모습』(현대문학, 2021)이 있고, 작품집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사무소/워크룸프레스, 2014)과 함께 『몸짓들: 현상학 시론』(빌렘 플루서 저, 워크룸프레스, 2018), 『진실의 색: 미술 분야의 다큐멘터리즘』(히토 슈타이얼 저, 워크룸프레스, 2019) 등의 번역서를 냈다.
Space ISU, a cultural and art venue operated by the ISU Group, is proud to present Ahn Kyuchul’s solo exhibition “Landscape without Horizon.” Scheduled from August 23, 2024, through January 3, 2025, the exhibition showcases new artworks that embody the inquiries Ahn has engaged with for over forty years. Whenever asked, “What do artists do?”, Ahn Kyuchul has consistently responded with a simple yet profound answer: “They question.” He believes an artist’s role is to challenge the conventions and limits in the contemporary world, lives, and art in search of new possibilities. He asks. Is art useful? Should art exclude stories? Should it lead social movements? Is lyrical art meaningless in times of catastrophe and crisis? What have artists lost to produce art that is valid today? Why do revolutions fail? Through these questions, Ahn seeks to review and reset both his art and his identity as an artist.
The exhibition’s subtitle, “Landscape without Horizon” carries dual connotations. It suggests the absence of a tangible line dividing the sky and the earth and the idea that no world lies beyond the horizon. This reflects a society caught in continuous failure and stagnation—a recurring theme in Ahn’s work that speaks to our wanderings in search of an unreachable utopia. The exhibition features new installations, sculptures, paintings, and text pieces that challenge fixed mindsets and prevailing conventions in society and the art world. Viewers are invited to explore this “landscape without horizon” and engage with the questions each work raises. ‘Spiral Wall’ draws us in like a black hole, yet its endless rotation prevents us from reaching its center. ‘Dot Practices’ showcases the artist’s intense effort to emulate a minimalist masterpiece with a single dot, while ‘Line Practices’ captures his struggle to find various ways to draw lines without a ruler. ‘On the Way to Art’ serves as a signpost for seekers of true art. ‘Aphorism in Foreign Languages’ features quotes from writers such as Fernando Pessoa (1888 -1935) and Franz Kafka (1883-1924) on canvas, displayed in foreign languages, while ‘Twenty-four Provocations’ lists subversive acts by artists performed in white cubes, inscribed on a metal plate. ‘Tilted Seascapes’ offers ways to adjust the viewing angle of a titled ocean landscape. ‘Seven Boxes’ presents a puzzling situation where each box contains a key to another, requiring the unlocking of all the boxes to fully understand the entirety. These eight new works reconstruct the landscape of our time, which has lost it horizon.
Ahn’s work reflects on the frustrations and failures in our society and lives and explores alternative possibilities through calm confrontation, reflection, questioning, and introspection. In an era marked by repetitive absurdities and a sense of stagnation, where vanishing points of our perspectives are lost, Ahn counters despair with new possibilities by continuously exchanging “whimsical questions and silly jokes” that disrupt established horizons. He still dreams of the transformative power of art and is eager to share the wisdom drawn from his observations, philosophical musings, and aphorisms through his daily writing and drawing practices. By posing a series of questions, “Ahn Kyuchul: Questions—Landscape without Horizons” encourages viewers to reflect from various perspectives not only on grand societal and artistic discourses but also on smaller, intimate stories of everyday life.
Born in Seoul, Korea in 1955, Ahn Kyuchul received his BFA in Sculpture from Seoul National University and worked as a journalist for Art Quarterly from 1980 through 1987. He then moved to Paris in 1987, and to Germany in 1988, graduating from the State Academy of Fine Arts Stuttgart in 1995 after completing both undergraduate and graduate programs. From 1997 to 2020, he taught at the School of Visual Arts,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 Major solo exhibitions include “Words Just for You” at Kukje Gallery, Seoul (2017); “Invisible Land of Love” at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Seoul (2015); “All and but Nothing” at HITE Collection, Seoul (2014); and “Forty-Nine Rooms” at Rodin Gallery, Seoul (2004).
스페이스 이수의 지난 전시 작품을 소개합니다.
(06575)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평대로 84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동 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