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여 년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과 혁신을 이어온 이수그룹이 예술을 통한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자 2020년 6월 예술공간 Space ISU를 오픈했습니다.
전시가 열리는 장소인 스페이스 이수는 회사 건물 로비 공간으로, 공간 안에서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예측가능한 범위에 머문다. 이곳에서 작가들은 미묘한 소리와 빛의 진동을 이용하여 공간을 전시 시작 이전의 상태와는 다르게 만든다. 또한 2개월에 달하는 전시 기간 동안, 전시의 내용은 눈치 채든 눈치 채지 않든 달라진다.
전시의 제목 “VHS”는 “Very High Signals”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이 전시의 작품들은 희미하게 들리는 고주파처럼 전시 공간 안에서 일종의 신호로 기능한다. 아주 강렬한 신호는 향방을 다 파악하지 못해도 그 진동을 지각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신호처럼 제시되는 작품들은 로비 공간에 함의되는 크고 작은 조건이나 기대에 사소한 균열을 만든다. 작가들은 루틴, 시뮬레이션, 여러 힘의 잔류와 증폭 등의 과정을 거쳐 물질을 입은 이미지와 소리의 형태로 작품을 제시한다. 주로 이 물질과, 이미지, 소리는 자동차와 속도, 컴퓨터 게임, 점토와 포맥스 등 원초적인 에너지, 친숙한 재료, 일상을 요소로 삼지만, 응시할 대상을 조금씩 소거하는 방식으로 날카로운 긴장과 강박적 요청과 신뢰와 편안함 사이를 오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마치 의식하지 않을 땐 들리지 않다가도 일순간 듣게 되면 신경의 스위치를 끄기 어려운 주변의 여러 요소처럼 잔류하고 또 증폭한다.
우리는 수많은 “볼 만한 것” 사이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명백하게 인식하고 감각하지 않더라도 많은 요소들은 잠재적인 형태로 도처에 존재한다. 주의를 기울일 것과 아니어도 되는 것을 구분하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 지금 사람들은 과거보다 감각에 대한 더 예민한 주체성을 가지고 대상을 판단하게 되었다. 우리는 어느 순간 작동 시켜야 할 감각을 선택적으로 작동 시키지 않거나, 때로 어떤 감각에는 신경질적으로 촉각을 곤두세운다. 무엇을 보려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이 주어진 많은 볼 만한 것 가운데에 우리는 도리어 많은 다른 감각을 사용하지 않게 된다. 이 전시는 시각 예술이 가진 권위로서의 “볼 만한 것” 혹은 시각성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고, 신체의 여러 감각의 가동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가능한지 질문한다.
이 전시는 바라볼 대상을 지시하지 않고 도리어 소거하여, 응시할 곳 없음의 순간으로 이끈다. 여러 사회적인 조건들이 미끄러져 버린 이곳에서 응시와 인지를 가동시키는 주체인 관람자에게로 중심을 돌린다. 무엇을 봐야 하는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람은 관람자다.
[작가 소개]
고대영(b.1992)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미디어, 설치, 사운드 기반의 예술가이다. 그는 리얼리티의 유한함, 제약, 장애 등을 오해, 오독하는 형식으로 삶의 아름다움을 제시한다. 개인전 《Lepsy label》(2021, 소쇼룸), 《good mourning》(2023, 수치)를 열었다. 이외에도 2020년 임창곤-조이솝의 전시 《GAZE》의 기획자로 데뷔 후 전시를 다수 기획하였다.
최선아(b.1998)는 물질의 형태를 인정하고, 그 안에 있는 개별적인 특성을 이용해 조각의 형식을 탐구한다. 그는 조각의 가변성에 신속히 대응하여 조각의 작동 범위를 넓히는 확장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기획전 《HIGH BEAM》(2023, 실린더)에 참여한 바 있다.
홍애린(b.1991)은 서울과 프랑크푸르트를 오가며 활동하는 조각,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 기반의 예술가이다. 그녀의 작업은 아름다움, 규율, 옥시덴탈리즘 등 욕망의 드라마와 관련된 심리적 현상을 탐구한다. 규범과 이상이 작동하는 환경 속에서 개인과 사회가 서로를 조율하는 방식을 살피며, 이를 위해 종종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과 협업하는 구조로 작업을 전개한다. 슈테델슐레를 졸업 후, 최근 개인전 《debut》(2025, 샤워)를 열었다. 뒤셀도르프 K20(2024)와 런던 델피나 파운데이션(2023)에서 퍼포먼스 작업을 선보였으며, 다수의 기획전에 참가했다.
[기획자 소개]
전효경(b.1986)은 2011년 작가들과 함께 서울 목동에 전시 조직 이븐더넥을 만든 후 현재까지 전시와 전시 관련 출판물을 만들고 있다. 박가희, 조은비와 함께 『스스로 조직하기(Self- organised)』(미디어버스, 2016)를 번역하였고, 기획전 《하루 한 번》(2018), 김희천 개인전 《탱크》(2019), 이미래 개인전 《캐리어즈》(2020), 기획전 《호스트 모디드》(2021)를 기획, 리크리트 티라바닛, 유지원과 함께 2024 아트스펙트럼 《드림 스크린》을 기획했다. 아르코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등에서 큐레이터를 역임했고, 리움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스페이스 이수의 지난 전시 작품을 소개합니다.
(06575)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평대로 84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동 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