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그룹의 문화예술 공간 ‘스페이스 이수’는 2023년 7월 14일부터 8월 13일까지 다채로운 패브릭 작업과 설치를 통해 시간과 자연의 순리로 직조되는 ‘지용킴(JiyongKim)’의 세계를 소개하는 «JiyongKim Exhibition»을 개최한다. 김지용 디자이너(b.1990)가 전개하는 남성복 브랜드인 지용킴의 작업은 몇 개월간 햇빛과 자연의 변화에 원단을 노출해 새로운 흔적을 만들어내는 ‘선 블리치(Sun-Bleach)’ 기법을 활용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오직 자연의 힘만을 이용하는 탈색 기법인 선 블리치는 빛이 바래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던 것에서 오히려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다는 미학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기법을 활용하여 제작된 원단은 오랜 시간 태양과 바람, 눈과 비 등의 자연 현상을 거치며 깊이 있는 색조와 풍화 효과가 새겨져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으로 재탄생한다.
스페이스 이수의 전시에서 지용킴은 선 블리치된 원단을 활용한 새로운 작업과 설치를 통해 한여름 태양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전시장 안으로 옮겨온다. 이번 전시에서는 햇빛과 비바람을 가리기 위해 길거리의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천으로 덮어 놓은 모습이나 물건이나 짐들을 천으로 감싸 놓은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길거리의 평범한 일상적 풍경에서 비롯되는 지용킴의 작업은 우리가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 가게 진열대나 쇼윈도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비닐 팩에 넣어 진열된 채로 빛이 바랜 기념품 티셔츠에서 착상한 작업으로 ‘지용킴 2024 봄/여름 팩 티셔츠(JiyongKim 2024 Spring/Summer Pack T-shirt)’가 나란히 전시된다. 또한, 지용킴 작업의 레퍼런스가 되는 ‘발견된 오브제’로 쇼윈도에서 옷이 걸렸던 모습 그대로 빛바랜 자국이 남은 마네킹도 함께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이수화학의 폐근무복을 선 블리치로 변모시켜 새롭게 재구성하는 업사이클링 작업과 대형 패브릭 작업도 만나볼 수 있다. 원래 유니폼이란 회사나 학교, 단체의 일체감을 위해 개성보다는 통일감을 강조하기 위해 입는 옷이다. 하지만 지용킴은 이제는 입을 수 없게 된 폐근무복을 선 블리치와 재구성 작업을 통해 바지와 가방으로 변모시킴으로써 모두를 위한 유니폼을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지속 가능한 작업으로 전환한다. 전시 리플릿에는 디자이너의 스케치북과 룩북을 함께 수록함으로써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전개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주말에는 지용킴의 최신작인 ‘2024 봄/여름 컬렉션(2024 Spring/Summer Collection)’을 가까이에서 보고 직접 착용해볼 수도 있다.
«JiyongKim Exhibition»은 패션산업이 가진 고정관념을 벗어나 빛바래 쓸모없다고 여겨지던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지용킴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매일 입는 한 벌의 옷에 담긴 전복적 힘과 지속가능성을 꿈꾸는 패션과 예술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도록 한다. 지용킴은 태양과 자연의 흔적만으로 새로운 미학을 제시하는 작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환경 문제까지도 환기함으로써 우리의 삶과 예술에 관해서도 재고하게 한다. 미술의 역사가 빛을 어떻게 화면에 표현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라면 지용킴의 옷은 빛이 남긴 흔적을 그대로 새겨 넣음으로써 빛과 예술, 자연과 인공, 패션과 예술, 패션과 환경, 입는 옷과 유일한 작품이라는 경계들을 종횡무진으로 넘나들며 여러 가지 질문들을 던진다. «JiyongKim Exhibition» 전시와 함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에 귀 기울여 보고 우리의 일상을 ‘새로 보기’ 하는 시간을 가지길 제안한다.
‘지용킴(JiyongKim)’은 김지용 디자이너(b. 1990)가 전개하는 남성복 브랜드다. 그는 일본의 문화복장학원(Bunka Fashion College)을 시작으로 영국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Central Saint Martins) 학부 및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일본의 메종 미하라 야스히로(Masion Mihara Yasuhiro), 르메르(Lemaire) 그리고 루이비통(Luis Vuitton)에서 디자인 어시스턴트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지용킴의 컬렉션은 도버스트리트마켓(Dover Street Market), 에센스(SSENSE), 셀프리지(SELFRIDGES)와 미스터포터(MR. PORTER)를 포함한 다수의 해외 및 국내 커머스 플랫폼과 파트너쉽을 맺고 있다.
스페이스 이수는 예술과 일상의 ‘새로 보기’를 제안하는 공간으로 2020년 이수그룹 본사 사옥의 로비를 재정비하여 개관하였다. 스페이스 이수는 이수그룹의 문화예술 후원을 통한 사회 환원의 일환으로 기획된 열린 공간으로서 도심 속에서 누구나 동시대 미술과 문화를 가깝게 접할 기회를 마련한다. 스페이스 이수는 예술이 ‘예술을 위한 예술’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의 삶 속으로 확장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동시대 미술과 함께 디자인, 가구,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소개함으로써 우리의 삶과 예술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다채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스페이스 이수에서는 기획 전시 외에도 ‘빛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작가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펠리(Pelée)›(2014)를 상설 전시해 2시간 30분간 100가지 색으로 물드는 공간 속에서 빛의 물질성과 숭고미를 체험할 수 있다.
지용킴, 디자이너 스케치북, 2023.
JiyongKim, Designer’s Sketchbook,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