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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디자인, 전후 유럽의 가구

이수그룹의 문화예술 공간 ‘스페이스 이수’는 2023년 11월 17일부터 2024년 2월 2일까지 «공공디자인, 전후 유럽의 가구(Design for All, Post-War Europe Furniture)»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를 중심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디자이너들의 공공디자인 가구를 한자리에 모아 가구 디자인의 황금시대를 조명한다. 프랑스의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르네 가브리엘(René Gabriel), 장 프루베(Jean Prouvé),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 앙드레 소르네(André Sornay) 그리고 이탈리아의 건축 스튜디오 BBPR과 립스 바고(Lips Vago), 덴마크의 난나 딛젤(Nanna Ditzel)의 공영주택, 대학 기숙사, 학교, 도서관, 사무실, 구세군회관, 재난민 시설, 리조트 등 공공 장소나 공공 기관을 위한 가구를 소개함으로써 예술과 기술을 결합하여 모두를 위한 공공의 가치를 꿈꾼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살펴본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는 가구 디자인의 황금시대라고 할 수 있다. 큰 전쟁이 끝나고 난 뒤 서구 사회는 재건과 풍요를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화두를 두고 이전 세대와의 결별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했다. 특히, 전후 시대에는 폐허가 된 사회를 속히 복원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으로 공공디자인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 시기에 선구적 디자이너들은 공공 장소나 공공 기관의 재건을 위한 대형 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건축과 실내 디자인의 현대화를 주도했다. 또한, 이들은 대량 생산 시대의 징후들을 빠르게 포착하고, 이를 가구 디자인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새로운 산업 기술과 자본주의의 발전은 가구 생산의 모듈화라는 새로운 제작 방식을 가져오고, 이를 통해 가구는 공예를 넘어 산업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디자이너들은 산업 재료로 쓰이던 강철, 플라스틱, 알루미늄, 몰딩 기술 등을 가구에 적극적으로 접목하고 모듈화한 재료들을 조립하는 방법까지 연구하고 개발했다. 특히, 공공 공간에 사용될 가구 디자인에서 디자이너들은 신소재의 발견과 대량 생산 방식의 연구를 통해 가구 디자인의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디자이너들은 역사의 전환기에 각각 고유한 조형 언어와 디자인 철학으로 가구 디자인의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이들이다. 집단 거주지 건설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한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프랑스 공공가구의 대표적 디자이너인 르네 가브리엘, 실용주의와 대량생산으로 디자인의 표준을 제시한 장 프루베, ‘삶의 예술(l’art de vivre)’을 통해 생활 환경을 개선하려 한 샤를로트 페리앙, 조립식 가구 시스템의 근간을 마련한 앙드레 소르네, 이탈리아 파시즘에 대한 저항 정신을 반영한 건축 스튜디오 BBPR, 장인정신과 실용성을 접목한 립스 바고, 가족의 생활과 필요를 디자인에 적용한 덴마크 디자이너 난나 딛젤 등은 스타일과 형태뿐만 아니라 새로운 산업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가구 디자인에 혁명적인 전환을 일으켰다. 디자이너들은 기능적이면서 편리하고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심미적으로도 아름다운 가구의 고안에 몰두했다. 이런 점에서 이들의 생각은 예술과 기술의 통합을 꿈꾼 독일 바우하우스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했다. 모더니스트 디자이너들은 모더니즘이라는 새로운 예술과 새로운 산업 기술의 결합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했다. 이러한 이들의 시도와 실천은 디자인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 지금까지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후 1950–1960년대는 대중들이 같은 꿈을 꾸고 같은 생활 방식을 추구하던 때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하나의 이상적 이미지, 즉 행복한 중산층 가정과 공간이라는 원형적 상이 심어졌다. 가속화되는 현대화와 생활 환경을 표상하는 새로운 디자인처럼 사람들은 모두 같은 삶의 질을 원했고, 그것은 가구의 산업화와 대량 생산을 통해 실현되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한다는 디자이너들의 이상은 예술과 기술이 접목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전쟁을 겪은 세대가 가졌던 풍요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가구 디자인에도 반영되어 당대의 사회와 삶의 방식을 드러낸 것이다. «공공디자인, 전후 유럽의 가구»전에서 디자인 역사의 중요한 유산이자 현재 우리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 전후 유럽의 가구를 살펴봄으로써 삶과 예술에 대해 생각해 보길 제안한다.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
본명은 샤를-에두아르 잔느레-그리(Charles- Édouard Jeanneret-Girs)로 스위스 태생이지만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 건축가이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르 모듈러(Le Modulor)’라는 새로운 측량법을 제안하고 최초의 집단 거주 형태인 ‘위니테 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을 만들어 중산층 삶의 형태를 바꾸려는 계획을 실천한 것이다. 르 코르뷔지에는 저서 『건축을 향하여』에서 건축의 다섯 가지 요소를 이야기함으로써 모던 건축의 새로운 장을 연다. 1. 필로티(Pilotis)로 1층을 들어 올린다. 2. 옥상 정원(Roof Garden), 필로티로 인해 생긴 면적 손실을 옥상에서 회복한다. 3. 열린 평면(Free Plan), 필로티로 인해 실내 공간의 계획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4. 자유로운 입면(Free Facade), 건축물을 지탱하는 기둥을 후면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벽면이 건물을 지지하는 구조로 자유롭고 특별한 건축을 할 수 있다. 5. 띠 유리창(Ribbon Windows), 가로로 긴 창을 연속적으로 배치해 채광을 높이고 파노라마 뷰로 경관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건축 작업 외에도 르 코르뷔지에는 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t)와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과 함께 공동 디자인한 가구로도 잘 알려져 있다.

난나 딛젤(Nanna Ditzel, 1923–2005)
덴마크의 가구 디자이너이다. 난나 딛젤은 덴마크 예술 및 공예학교와 코펜하겐 왕립예술아카데미에서 공부한 후 가구, 보석, 식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디자인 작업을 남겼다. 당대 최고의 럭셔리 판매점이었던 게오르그 옌센(Georg Jensen)을 위해 보석 디자인을 하였고, 대중적 가구를 생산했던 프레데리카(Frederica)를 위해 가구를 제작하였다. 딛젤의 가구 디자인은 가족적인 면모를 특징으로 한다. 이는 딛젤이 아이를 양육하면서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들을 가구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덴마크 기능주의의 아버지인 카레 클린트(Karee Klint)에게 수학한 딛젤은 기능적인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다채로운 색상을 사용한다. 덴마크 디자인사의 발전에 기여한 공헌을 인정받아 1988년 덴마크 예술재단으로부터 평생 업적상을 받았다.

르네 가브리엘(René Gabriel, 1890–1950)
프랑스 공공가구의 대표적 디자이너이다. 초창기에는 시각 디자이너, 벽지 디자이너, 장식 미술가, 일러스트레이터, 무대 디자이너 등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서 폭넓게 활동했다. 가브리엘은 1944년 재건축 도시 계획부(Ministère de la Reconstruction et de l'Urbanisme)로부터 재난민을 위한 가구 디자인을 의뢰받아, 이 작업으로 큰 명성을 얻고 공공가구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한다. 이때 제작한 가구 중 150여 개가 로리앙 시의 임시주택단지 전시관에 오늘날까지 보존되어 공개되고 있다. 1947년에는 르아브르 시의 시장 오귀스트 페레(Auguste Perret)가 대규모 아파트 건설 프로젝트에 가브리엘을 초대했다. 이 일을 통해 가브리엘은 단순한 형태와 조립식 자재를 활용하는 산업 가구의 상징적 인물이 된다. 프랑스 공공디자인 가구 역사에 기여한 그의 역할을 기리기 위해 ‘르네 가브리엘 상’이 만들어졌고, 이 상은 프랑스의 진보적인 디자이너들이 수상한 바 있다.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 1903–1999)
프랑스 모더니즘 건축과 가구 디자인에 큰 영향을 준 디자이너이다. 1920년대 말부터 1930년대에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스튜디오에서 잔느레(Jeanneret) 형제와 함께 일하며 현대적인 삶을 위한 건축과 가구를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했다. 주요 작업으로는 르 코르뷔지에의 주택 단지 ‘위니테 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의 주방, 에어프랑스 런던, 도쿄의 매표소 디자인, 레작 스키 리조트 프로젝트 등이 있다. 특히, ‘아틀리에 장 프루베’에서 프루베와 함께 생산한 가구들은 중요한 작업으로 평가된다. 페리앙은 1967년부터 20년 이상 ‘레작 스키 리조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건축부터 작은 가구에 이르기까지 전체 프로젝트를 세심하게 이끌어 건축과 디자인 역사의 중요한 작업을 남겼다. 이 프로젝트에서 페리앙은 건축에 환경 조건을 민감하게 적용하며 해당 지역의 자재들을 적극 활용했는데, 이는 현대 건축이 나아갈 지향점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장 프루베(Jean Prouvé, 1901–1984)
프랑스의 건축가이자 산업 디자이너로 철과 알루미늄을 다루는 데 있어서 시대의 선각자 역할을 했다. 1923년 장 프루베는 낭시에 철을 다루는 아틀리에를 만들고 디자인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주로 강철에서 영감을 얻은 프루베는 재료의 본질과 속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기능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실용성을 중시한 작업을 했다. 프루베는 가구뿐만 아니라 주택, 공공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장인정신과 예술성 그리고 기술적 생산 방식을 결합해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표준적 디자인을 제시했다. 프루베의 다양한 작업 중에서도 건축에 필요한 강철 프레임이나 패널, 창문 등은 기능적인 동시에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조립식 주택과 환풍 시스템은 기능성과 조형성을 결합한 시대를 초월하는 중요한 작업으로 남았다. 이러한 프루베의 건축 작업은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앙드레 소르네(André Sornay, 1902–2000)
프랑스 리옹 출신의 가구 디자이너이다. 1919년에 가족의 사업을 물려받아, 1922년 리옹가구박람회에 ‘다이닝 룸’을 소개하면서 “차분한 건축적 요소” 그리고 “눈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제품”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소르네가 공공가구 디자인을 시작한 것은 1953년 ‘띠제뜨(Tigettes)’라는 가구 조립 방식을 개발하여 특허를 획득하면서부터이다. 이 방식은 오늘날 사용되는 조립식 가구 시스템의 근간이 되었다. 소르네의 실험 정신은 모듈화와 조립 시스템의 만남을 통해 공공디자인을 위한 중요한 발전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가구 생산 방식에서도 획기적인 산업화의 진전을 이루는 계기를 마련한다. 대중적 관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던 소르네의 작업은 2004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이후로 프랑스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널리 인정받았다.

스튜디오 BBPR(Studio BBPR)
이탈리아 밀라노 기반의 4명의 건축가가 1932년에 설립한 건축 스튜디오이다. BBPR은 잔 루이지 반피(Gian Luigi Banfi, 1910–1945), 로도비코 바르비아노 디 벨조요소(Lodovico Barbiano di Belgiojoso, 1909–2004), 엔리코 페레수티(Enrico Peressutti, 1908–1976), 에르네스토 나탄 로제르스(Ernesto Nathan Rogers, 1909–1969), 각 이름 성의 첫 글자를 따온 것이다. BBPR은 파시즘으로 전체주의 국가의 성격이 강했던 격동의 이탈리아 건축사를 관통하며 많은 작업을 남긴다. 초기의 BBPR은 이탈리아 합리주의 건축에 기여하기도 했지만, 결국 이들은 파시즘의 선전도구화된 합리주의 건축에 대한 반성과 파시즘에 대한 저항 정신으로 레지스탕스로 활동한다. 이후 반파시즘운동으로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 반피 외에 나머지 3명의 건축가가 BBPR의 이름으로 작업한다. BBPR의 전후 가장 유명한 건축 작업인 토레 벨라스카(Torre Velasca)는 중세 성채에서 착안한 구조로 당시 밀라노의 마천루를 장식한 랜드마크가 되었다. BBPR은 독특한 건축 양식과 함께 오피스 가구 디자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스파치오(Spazio)’ 시리즈는 BBPR의 철학과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가구로 이탈리아의 디자인상인 황금콤파스상(Compasso d'oro)을 수상했다.

립스 바고(Lips Vago)
1800년 프란체스코 바고(Francesco Vago)에 의해 설립된 밀라노의 유서 깊은 금속 제련소였던 ‘바고(Vago)’사가 1910년 철제 수납장을 만드는 네덜란드의 ‘립스(Lips)’사와 만나 ‘립스 바고(Lips Vago)’가 탄생한다. 두 회사가 합병하며 만든 ‘콘그레소(Congresso)’ 모델은 SMAU산업디자인상(SMAU Industrial Design Award)을 수상하고, 파르마의 팔라티나 도서관, 밀라노의 암브로시아나 도서관 등 도서관이나 관공서에 납품되었다. ‘콘그레소’는 이탈리아의 장인정신과 네덜란드의 실용성이 만나 탄생한 수작으로 평가된다. 바고사의 수준 높은 금속 제련 기술의 유산은 ‘콘그레소’ 모델에 그대로 투영되어 1mm의 균일하고 고도로 계산된 두께의 철판만으로도 높은 하중을 지탱하고 무게를 분산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 전시 기간
    2023.11.17 – 2024.2.2
  • 디자이너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난나 딛젤(Nanna Ditzel), 르네 가브리엘(René Gabriel),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 장 프루베(Jean Prouvé), 앙드레 소르네(André Sornay), 스튜디오 BBPR(Studio BBPR), 립스 바고(Lips Vago)

김홍석, ‹침묵의 고독—가정주부›
Gimhongsok, Solitude of Silences—Homemaker 2019

resin, foam rubber, clothes, fabric

110(h)×94(w)×105(d)cm
size of textboard: 26×16cm